부석사 붉은 자두
윤의섭
부석사 붉은 자두 무르도록 달려 있네
자두나무 가지에 부석사 매달려 있네
누군가 기다릴 것만 같아 한달음에 달려 왔어도
오솔길 들어서선 벌써 후회하네
그건 오래전 일
천 년 전에 들어 올린 돌은 여전히 허공에 떠다니고
땅에 뿌리내린 지팡이
숲이 되어 뒤란 가득 메웠는데
내 사원엔 잡초만 무성하네
하루 눈뜰 때마다 폐허가 되어가네
손에 쥐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붉은 자두
꼭 쥐면 쥘수록 사라지는
아무도 기다릴 이 없는 부석사
바람속에 매달려 있네
-시집(붉은 달은 미친듯이 궤도를 돈다) 문학과 지성사
1968년경기도 시흥생 아주대 국문과,대학원 박사학위
1994년 (문학과 사회)여름호로 등단
(괄량이 삐삐의죽음) (천국의 난민)